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면서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은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벤츠의 EQ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EQA, EQB, EQE, EQS 등으로 대표되는 EQ 시리즈는 단순한 전기차 라인업을 넘어, 벤츠 전기차 전략의 얼굴이자 미래 모빌리티 방향성을 제시하는 플랫폼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벤츠는 EQ 브랜드의 정체성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어떤 매체에서는 "EQ 브랜드 폐지"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EQ’는 도대체 무엇이며, 왜 등장했고, 이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벤츠 EQ 시리즈의 진짜 의미, 전략적 배경,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EQ는 무엇을 뜻하는가?
벤츠에서 말하는 EQ는 ‘Electric Intelligence’의 약자로, 전기차에만 국한된 용어가 아닙니다. 전동화(Electrification) 뿐 아니라 지능화(Intelligence)를 포함한 개념으로, 단순한 동력원의 전환을 넘어 자동차의 미래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전략입니다.
벤츠는 EQ 시리즈 출범 당시 이를 ‘CASE 전략’과 연계했습니다.
- C: Connected (연결성)
- A: Autonomous (자율주행)
- S: Shared & Services (공유 및 서비스화)
- E: Electric (전동화)
EQ는 이 4가지 키워드를 통합한 브랜드 전략의 실체로, 벤츠가 꿈꾸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브랜드였습니다.
EQ 시리즈의 전성기
EQ 시리즈는 2016년 파리모터쇼에서 첫 컨셉카가 공개되며 공식 출범했습니다. 이후 EQA, EQB, EQC, EQE, EQS 등 다양한 전기차 모델들이 출시됐고, EQ 브랜드만의 유려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마감, 첨단 기술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대표 모델 특징
- EQA: 도심형 콤팩트 전기 SUV
- EQB: 7인승 패밀리 전기 SUV
- EQE: 전동화 중형 세단
- EQS: 전기 플래그십 세단
이들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유선형 디자인, 하이퍼스크린 기반의 디지털 UX, 그리고 EVA2 플랫폼 기반의 장거리 주행 성능 등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왜 EQ 브랜드는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가?
최근 글로벌 오토뉴스, 모터그래프 등 주요 자동차 전문 매체에 따르면, 벤츠는 2024년 이후 EQ 브랜드명을 점차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전기차가 ‘특수한’ 것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
EQ 브랜드는 전기차가 일종의 ‘미래 기술’로 받아들여질 때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전기차는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따라서 벤츠는 전기차를 별도 브랜드가 아닌 기존 라인업 안에 통합하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앞으로는 ‘EQE’ 대신 ‘E-Class EV’라는 식으로 모델명을 바꾸고, 전동화가 표준인 시대에 맞춰 EQ 테크놀로지(with EQ Technology)라는 표현만 남기게 될 것입니다.
2. 소비자 혼란과 브랜드 일관성 문제
EQA와 GLA, EQB와 GLB 등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EQ 시리즈의 디자인 차별성이 너무 커, 오히려 소비자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EQ 브랜드만의 디자인 철학(캡-포워드, 유려한 라인 등)이 기존 벤츠 이미지와 괴리감을 준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벤츠는 EQ 브랜드를 하나의 실험적 페이즈로 평가하며, 향후에는 내연기관+전기차 라인업의 통일성 강화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벤츠의 미래 전기차 전략은?
EQ 브랜드의 변화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벤츠는 다음과 같은 전략으로 미래 전기차 시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 MB.EA 플랫폼 도입 (2025~)
기존의 EVA2, MMA 플랫폼을 넘어, 벤츠는 2025년부터 MB.EA(Modular Architecture)라는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선보입니다. 이는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차종을 아우르며, 범용성과 확장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입니다.
2. AMG 전기차 강화
벤츠는 EQ의 퍼포먼스 모델을 ‘AMG EQ’로 운영해왔으나, 앞으로는 AMG 자체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고성능 전기차에 대한 수요 증가에 따라, AMG의 스포츠성은 전기차 시대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3. 소프트웨어 중심 브랜드 전환
전기차는 단순한 하드웨어 상품이 아닙니다. 벤츠는 OTA(Over-The-Air) 업데이트,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기술을 강화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브랜드로 탈바꿈하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EQ는 브랜드가 아닌 방향성이다
EQ 브랜드는 물리적인 모델명에서 벗어나, 벤츠가 지향하는 모빌리티 전략 그 자체였습니다. 전동화라는 변화에 대한 해답이자, 기술, 디자인, 철학의 총체였습니다.
이제 그 이름은 점차 사라지겠지만, 그 안에 담긴 방향성과 철학은 앞으로의 벤츠 전기차 전반에 반영될 것입니다.
벤츠 EQ 시리즈의 정체를 단순히 ‘브랜드 이름’이 아닌 전기차 혁신을 실현하기 위한 플랫폼이자 철학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EQ는 끝났다’는 표현은 단순히 이름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전략과 기술의 본질입니다. 전기차가 점점 일반화되는 시대에서 벤츠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보다 통합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인 전기차를 선보일 것입니다.
앞으로의 벤츠 전기차는 EQ라는 이름 없이도, 그 기술과 감성, 품질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EQ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중입니다.